티스토리 뷰
목차

금리가 오르면 은행 이자가 높아지니까 좋은 거 아닌가요? 처음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금리가 지속되자 보유하고 있던 주식들이 하나둘 흔들리기 시작했고, 뉴스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었다는 소식이 매일 나왔습니다. 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움직이는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그게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금리가 오른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닌 이유
금리가 오르면 예금 이자가 높아지니까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리의 본질을 파고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금리는 '돈의 가격'입니다. 돈을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자 비용이고,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리스크 프리미엄입니다. 여기서 리스크 프리미엄이란 돈을 빌려줄 때 상대방이 갚지 못할 위험을 감안해 요구하는 추가 이자를 의미합니다. 즉 금리가 오르는 이유가 경기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정부 재정이 불안해서인지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미국의 경우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 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면서 자금 수요가 늘어 금리를 끌어올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건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반면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국채를 사는 투자자들이 "이 나라가 빚을 제대로 갚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을 반영해 금리를 높이는 측면도 동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힘이 뒤섞여 있는 것입니다.
유럽을 보면 상황이 더 선명합니다. 프랑스의 경우 빅테크처럼 성장 엔진이 있어서 금리가 오르는 게 아니라,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쌓이면서 국채 금리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출처: IMF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도 선진국 재정 건전성 악화를 주요 리스크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정부가 돈을 쓰는 것에 대한 경계선이 많이 무너진 결과라고 봅니다.
재무구조가 흔들리는 종목을 피하는 법
고금리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뒤, 제가 먼저 한 일은 보유 종목들의 재무제표를 다시 꺼내 보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꽤 이름 있는 기업들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입니다. 쉽게 말해 "이 회사가 사업해서 번 돈으로 이자를 낼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1 미만이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한국 상장 제조업체 가운데 2025년 결산 기준으로 이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이 무려 43%에 달한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저는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금리가 10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마땅히 시장에서 퇴출됐어야 할 이른바 좀비 기업들이 살아남았습니다. 좀비 기업이란 수익성은 없지만 저금리 덕분에 부채를 계속 굴리며 연명하는 기업을 뜻합니다. 이런 구조에서 금리가 오르면 취약한 고리부터 끊어집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도 신용도 낮은 대출자들이 집단적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금리가 정점을 지나고도 한참 뒤에 문제가 터졌다는 점, 시차가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시기에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는 아래 세 가지입니다.
- 부채비율: 자본 대비 부채가 과도하게 높은지 확인. 업종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200%를 넘으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 이자보상배율: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큰지. 1 미만이면 고금리 국면에서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 현금흐름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꾸준히 플러스인지. 이익은 회계 조정이 가능하지만 현금은 조작이 어렵습니다.
배당주를 다시 봐야 하는 진짜 이유
"금리가 높으니까 배당주가 매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제가 직접 공부해 보니 이 논리는 절반만 맞습니다. 배당수익률과 예금금리를 단순 비교하는 시각은 배당의 본질을 놓치는 것입니다.
배당주 투자의 핵심은 배당수익률 자체가 아니라, 그 배당을 꾸준히 지급할 수 있는 기업의 체력에 있습니다. 배당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0년 이상 지급해 온 기업이라면, 그 10년 동안 수많은 외풍을 견뎌냈다는 증거입니다. 금융위기도, 팬데믹도, 금리 급등도 버텨낸 것입니다. 배당 지급 이력은 기업의 내구성을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배당을 받아서 같은 종목을 재매수하는 배당 재투자 전략은 복리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복리 효과란 수익이 원금에 더해져 그 합산된 금액이 다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주식 장기 투자의 성과는 배당 재투자 없이는 설명이 되지 않을 만큼 배당의 기여가 큽니다. 출처: S&P 500 지수 데이터(Investing.com)를 기준으로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증시는 연율 약 16%의 수익을 기록했는데, 배당 재투자를 포함한 수치입니다.
제 경우엔 고배당 기업을 고를 때 단순히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보다 배당 지급 연수와 배당 성향의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배당수익률이 8%라도 올해 처음 배당을 시작했다면 저는 그 종목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자산배분 전략
"그래서 지금 뭘 사야 하냐"는 질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공부하면서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비율이 있습니다. 생활비와 비상금을 제외한 여유자금 1억 원을 기준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단기 채권 20%, 중기 채권 30%, 주가지수 30%, 개별주식 20%입니다. 여기서 단기 채권이란 만기가 1년 이내인 채권으로, 이자를 받으면서도 필요할 때 현금화가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금리가 높을 때 단기 채권은 예금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수익률이 나쁘지 않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 전후에서 움직이는 현시점에서 채권 비중을 높이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주가지수 투자도 빠질 수 없습니다. 코스피는 1980년 1월 4일 100으로 출발했고, 같은 시기 S&P 500은 106이었습니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두 지수 모두 큰 위기를 여러 번 겪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했습니다. 주가지수는 나쁜 종목을 빼고 좋은 종목으로 끊임없이 교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별 종목보다 훨씬 안정적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지수 투자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율 문제는 예측의 영역이 아닙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았다가 1,300원대로 내려온 흐름을 겪어보면서 느낀 건, 환율 타이밍을 맞추려다 오히려 큰 손해를 보기 쉽다는 것입니다. 한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달러 자산을 일부 보유하는 것은 타이밍이 아닌 분산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맞습니다. 원화 자산에만 집중돼 있다면 1,300원대 환율은 달러 자산 진입을 검토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판단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금리가 오르면 주식은 무조건 피해야 하나요?
A.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금리가 올라도 이익 증가로 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기업의 주가는 버팁니다. 문제는 이자비용도 감당 못 하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종목입니다. 금리가 오른다고 시장 전체를 피하기보다, 들고 있는 종목의 이자보상배율과 현금흐름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제가 직접 써본 방법입니다.
Q.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원달러 환율도 오르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 금리가 오르는 이유가 빅테크 투자 수요 때문이라면 달러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우려 때문이라면 달러 약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미국 금리가 오르는데도 원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인 것이 바로 이 논리로 설명됩니다.
Q. 배당주는 고금리 시대에 별로 아닌가요?
A. 배당수익률만 예금금리와 비교하면 매력이 떨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이상 배당을 꾸준히 지급한 기업은 그 기간 동안 여러 위기를 견뎌냈다는 의미입니다. 배당 지급 이력은 기업 내구성의 증거이고, 배당을 재투자하면 복리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배당수익률 숫자만 보고 판단하는 건 절반만 본 것입니다.
Q. 주가지수 투자와 개별주식 투자, 어떻게 나눠야 하나요?
A. 재무제표를 읽고 기업 가치를 분석할 자신이 없다면, 자산의 큰 부분은 주가지수에 맡기는 게 현실적입니다. 지수는 나쁜 종목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개별주식은 정말 잘 아는 종목, 그리고 1년 이상 물려 있어도 견딜 수 있는 돈으로만 접근하는 것을 권합니다.
결론
고금리가 꽤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에 저도 동의합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수요와 각국 정부의 재정 지출 관성이 동시에 금리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습니다. 이 국면에서 중요한 건 금리가 언제 꺾일지를 맞추는 게 아니라, 금리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더라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종목은 솎아내고, 10년 이상 배당을 유지해 온 기업에 무게를 두고, 지수 투자를 기반으로 달러 자산을 일부 섞는 방식이 제가 지금 실천하고 있는 방향입니다. 타이밍을 맞추려는 시도보다 지금 들고 있는 종목이 물릴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