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2026년 10월 13일, 코스피가 장중 5,914포인트까지 밀리며 6,000선이 무너졌습니다. 삼성전자는 하루 만에 7% 가까이 빠졌고, SK하이닉스는 9%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저도 그날 아침 증권 앱을 켰다가 한참을 화면만 들여다봤습니다. 며칠 사이에 계좌 숫자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머리로는 알면서도, 막상 직접 겪어보니 손이 먼저 매도 버튼을 향하더라고요.
창신메모리 쇼크,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시장이 패닉에 빠진 직접적인 방아쇠는 중국의 창신메모리(CXMT)였습니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중국 최대 D램 기업으로, 2026년 7월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자마자 첫날 470%가 폭등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시가총액은 약 4,800억 달러 수준으로, 상장 자체만으로도 반도체 업계에 긴장감을 심어줬죠.
문제는 10월 10일 토요일에 불거졌습니다. 창신메모리가 차세대 기술인 4F 스퀘어 D램의 진전을 공식 발표한 겁니다. 여기서 4F 스퀘어란, 동일한 칩 면적 안에 기존보다 더 많은 셀을 집적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같은 크기의 땅에 집을 더 많이 짓는 기술인데, 셀 면적이 기존 6F 스퀘어 대비 33% 줄어들면서 원가 절감과 전력 효율 향상이 동시에 가능해집니다.
제가 이 발표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4F 스퀘어 양산 목표를 2028년으로 잡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아직 양산 시점조차 공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창신메모리가 2026년 말 서버용 납품을 선언한 것이니, 시장이 흔들린 이유가 있었습니다.
창신메모리는 수직 게이트 구조인 트랜지스터와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을 적용하고 있으며, 4F 스퀘어 관련 특허만 30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이란 셀과 주변 회로를 따로 제작한 뒤 붙이는 방식으로, 집적도를 높이면서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첨단 공정입니다. 또한 9월에는 5세대 LPDDR6 양산까지 선언했고, HBM3도 알리바바·캄브리콘에 소량 출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대역폭을 대폭 늘린 고성능 메모리로, 현재 AI 서버 시장의 핵심 부품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과도한 공포가 섞여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창신메모리의 발표는 구체적인 출시 일정을 특정하지 않았고, 초기 제품에는 4F 스퀘어가 일부만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서버용 D램은 신뢰성과 호환성 인증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며, 미국 국방부가 창신메모리를 군사 기업으로 분류해 놓은 탓에 미국 및 서방 시장 진입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합니다. 발표가 곧 양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시장이 주목한 본질은 창신메모리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같은 시기 오픈 AI의 실제 매출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다는 보도가 나왔고, 브로드컴 CEO는 "AI의 진짜 제약은 자본"이라며 투자 확대의 한계를 시사했습니다. 간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 빠지고, D램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이 3.9% 하락한 것도 다음 날 국내 시장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AI 투자 피크(Peak) 론, 즉 AI 설비 투자가 정점을 찍고 둔화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창신메모리 이슈와 맞물리면서 매도세가 폭발적으로 커진 것입니다.
- 글로벌 D램 점유율(2026년 2분기): 삼성전자 39.4% → 1위, SK하이닉스 24.9% → 2위, 마이크론 23.3% → 3위, 창신메모리 9.5% → 4위(출처: TrendForce)
- 창신메모리 점유율은 1분기 7.6%에서 단 한 분기 만에 9.5%로 상승. 빅3 합산 점유율이 처음으로 90% 아래로 하락
- D램 가격 상승률 둔화: 2분기 약 60% 상승 → 3분기 13~18% → 4분기 전망 10~15%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마무리로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줄 수급 주체 소멸
지금 팔아야 할까, 반도체 사이클을 봐야 하는 이유
주가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지금이라도 손절하면 더 잃지는 않겠지"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 생각이 드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패닉 셀링(panic selling), 즉 공포에 휩쓸려 보유 자산을 던지는 행동은 대부분 저점 근처에서 일어납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하락으로 52주 고점(37만 4,500원) 대비 약 38% 빠진 23만 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고점(298만 원) 대비 무려 51% 하락한 146만 원 선입니다. 코스피 전체로 보면 6월 고점(9,386포인트)에서 5,914포인트까지 내려앉으며 37%가 증발했습니다(출처: 네이버 금융). 5 거래일 만에 15.6% 하락한 수치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버티라는 뜻은 아닙니다. 저도 보유 종목마다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실적 방향이 꺾인 종목과 단순히 시장 분위기에 끌려 내려간 종목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107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4분기도 이익 증가가 예상됩니다.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 영업이익 60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냈습니다. 실적 자체가 무너진 게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급락이 '기업 가치 훼손'인지 '시장 심리 붕괴'인지를 구분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반도체는 본질적으로 사이클 산업입니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꺾이고, 가격이 꺾이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그리고 창신메모리까지 모두 증설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공급 과잉 사이클이 언제 찾아올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2027년이 될 수도, 2028년이나 2029년이 될 수도 있죠. 제 판단으로는 이 사이클 전환 시점이 오기 전에 목표 수익률에 도달했다면 일부 익절(이익 실현 매도)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봅니다.
분할매수, 즉 정립식 투자의 중요성도 이번에 다시 한번 체감했습니다. 분할매수란 한 번에 몰아 사는 것이 아니라, 오를 때도 조금씩, 내릴 때도 조금씩 나눠 매수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방식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고점에 몰빵 했을 때와 비교하면 하락장에서 버티는 심리적 여유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주가가 단기에 가파르게 올랐다면 반드시 조정이 따라오는 구간이 존재한다는 걸, 이번 폭락이 다시 한번 증명해 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창신메모리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실제로 추월할 수 있나요?
A. 4F 스퀘어 기술의 특정 영역에서는 삼성전자보다 앞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 기술 경쟁력을 단번에 역전하기는 어렵습니다. 서버용 D램은 미국 국방부의 군사 기업 지정으로 서방 시장 진입에 제약이 있고, 수율과 신뢰성 인증이라는 현실적인 장벽도 남아 있습니다. 발표와 실제 양산 사이의 간극을 냉정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Q. 지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팔아야 할까요?
A. 두 기업 모두 2026년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상태입니다. 실적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외국인 매도와 AI 투자 심리 위축이 겹쳐 나타난 수급 충격이라는 점에서, 기업 가치 훼손과 시장 심리 붕괴를 구분하는 게 먼저입니다. 단, 반도체 사이클 전환 가능성은 중기적으로 반드시 점검해야 할 변수입니다.
Q. 분할매수는 주가가 계속 내릴 때도 효과가 있나요?
A. 분할매수는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춰주는 방식이라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우량 자산에는 유효한 전략입니다. 다만 실적이나 사업 모델 자체에 문제가 생긴 종목에 추가 매수를 반복하면 손실이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분할매수 전에 기업의 펀더멘털, 즉 재무 건전성과 실적 방향이 유효한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Q. AI 투자 피크론이란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A. AI 투자 피크론이란 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설비 투자가 정점을 지나 둔화되는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시각입니다. 오픈AI의 실제 매출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브로드컴 CEO가 "AI의 제약은 자본"이라고 언급한 것이 이 논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AI 수요가 꺾이면 HBM과 서버 D램 수요도 함께 둔화될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주식에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결론
이번 코스피 폭락을 겪으면서 제가 다시 한번 새긴 것은, 헤드라인 공포에 반응하기 전에 사이클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창신메모리 발표 하나로 반도체 산업의 판도가 하룻밤 새 뒤집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점유율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 D램 가격 상승률이 분기마다 둔화되고 있다는 흐름은 무시하면 안 되는 신호입니다.
앞으로 제가 체크할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창신메모리가 실제로 서버 D램 양산에 성공하는지, 빅테크들의 AI 설비 투자가 계속 이어지는지, 그리고 외국인 수급이 언제 매수로 전환되는지입니다. 단기 변동에 흔들리기보다는 이 세 가지 흐름을 꾸준히 확인하면서, 목표 수익률에 도달했을 때 일부 익절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 지금 제가 세운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