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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탈모 인구가 15억 명, 시장 규모는 2026년 기준 100억 달러(약 14조 원)입니다. 저도 탈모인 중 한 명이라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비만 시장이 그랬듯, 탈모 시장도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관심이 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음 큰 물결이 여기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탈모 투자, 비만 다음 차례일까
솔직히 탈모 시장을 투자 관점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탈모인으로서 치료에만 집중했지, 이게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글로벌 헤어로스(Hair Loss) 마켓, 즉 탈모 치료·관리 산업이 2035년에는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다는 전망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헤어로스 마켓이란 탈모 치료제, 모발이식, 샴푸·토닉 등 탈모 관련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포괄하는 시장을 의미합니다. 연평균 성장률(CAGR)이 9.2%라는 수치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CAGR이란 복리 기준으로 매년 몇 % 씩 성장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9% 대면 약 8년 만에 시장이 두 배가 된다는 뜻입니다(출처: Grand View Research).
비만 시장과 비교해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이렇게까지 대중화될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주변에서 비만약을 복용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탈모 시장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탈모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라 성장 속도가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직접 탈모를 겪어보니 이게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압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놓고 논쟁이 있었습니다. 암이나 희귀 질환도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탈모에 먼저 적용하는 게 맞냐는 의견이 있고, 탈모로 인한 우울증과 사회적 고립 등 삶의 질 저하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 쪽에 더 공감합니다. 실제로 탈모 모발제를 사용해 보니 보험 적용이 안 되다 보니 한 통에 꽤 큰 금액을 지불해야 했고,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부담스러웠습니다. 미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남성 5,000만 명, 여성 3,000만 명, 총 8,000만 명이 탈모를 겪고 있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약 25%에 해당합니다(출처: 미국피부과학회(AAD)).
- 2026년 글로벌 탈모 시장 규모: 약 100억 달러(약 14조 원)
- 2035년 예상 규모: 약 200억 달러, 연평균 성장률(CAGR) 9.2%
- 전 세계 탈모 인구: 약 15억 명
- 미국 탈모 인구: 약 8,000만 명(전체 인구 약 25%)
베라도믹스 3상 임상, 어디까지 왔나
탈모 시장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가 베라도믹스(Veradermics)입니다. 2025년 2월 공모가 약 17달러로 상장한 이 회사는 이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500% 이상 올랐습니다. 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2026년 4월 발표된 남성 임상 3상(Phase 3) 결과였습니다. 임상 3상이란 신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하는 마지막 단계로, 이 단계를 통과해야 비로소 시판 허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 단계의 결과가 곧 '이 약이 팔릴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관문입니다.
결과 수치를 보면 꽤 인상적입니다. 1일 1회 복용 시 6개월 만에 1 cm² 면적당 모발이 30.3개 증가했고, 1일 2회 복용 시에는 33개가 증가했습니다. 반면 플라세보 군(위약군), 즉 효능 없는 가짜 약을 투여한 그룹에서는 같은 면적에 7.3개가 자라났습니다. 여기서 플라세보 효과란 실제 치료 효과 없이 심리적 기대감만으로 증상이 개선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 약을 복용한 그룹은 플라세보 군 대비 약 4배 이상의 모발 증가를 보인 셈입니다. 제가 그간 이런저런 탈모 샴푸와 모발제를 써봤지만, 이 정도 수치를 보여주는 임상 데이터는 처음 봤습니다.
부작용 측면도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 탈모 치료제 중 일부는 심혈관계 이상반응을 일으킨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베라도믹스의 3상 데이터에서는 심장 관련 중대한 이상반응이 연건에 그쳤습니다. 물론 아직 여성 대상 임상은 진행 중입니다. 여성 3상에는 556명이 등록 완료되었고, 탑라인(Top-line) 결과는 2027년 상반기 발표 예정입니다. 탑라인이란 임상 데이터 전체가 아니라 주요 유효성 지표만 추려낸 핵심 요약 결과를 의미합니다. 이 발표 시점에 주가가 한 단계 더 반응할 가능성은 있지만, 물론 결과가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투자 관점에서 솔직하게 짚어볼 점도 있습니다. 베라도믹 스는 현재 매출 0달러에 영업손실이 약 2,955만 달러입니다. 아직 판매 단계가 아닌 개발 단계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2026년 2분기 기준 현금 보유액이 8억 달러(약 1조 원)로, 이 자금이면 2030년까지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월가의 목표 주가는 153~163달러 수준으로, 현재 주가 대비 50~80%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 회사 하나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이보다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더 나올 것이고, 그때마다 시장 전체의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탈모 시장이 비만 시장처럼 정말 커질 수 있을까요?
A. 탈모가 목숨에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연평균 9.2%라는 성장률은 숫자만 보면 결코 작지 않고, 전 세계 15억 명이라는 잠재 고객 규모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제 경우 탈모 때문에 우울감을 느낀 적도 있어서, 이 시장이 단순 미용 산업이 아닌 삶의 질과 연결된 산업임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Q. 베라도믹스에 지금 투자해도 될까요?
A. 공모가 대비 500% 이상 오른 시점에서 지금 진입하는 건 리스크가 다르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여성 3상 결과가 나오는 2027년까지 성장 여력이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매출이 0달러인 개발 단계 기업이기 때문에, 한 번에 큰 금액을 넣기보다는 소량으로 먼저 지켜보면서 임상 결과를 확인해가는 방식이 낫다고 봅니다.
Q. 임상 3상 탑라인 결과가 뭔가요?
A. 임상 3상에서는 수백 수천 가지 데이터가 나오는데, 탑라인이란 그중 핵심 유효성 지표만 뽑아 먼저 공개하는 요약 결과입니다. 주로 '모발이 얼마나 늘었는가', '부작용은 어느 정도인가' 같은 핵심 항목이 포함됩니다. 베라도믹스의 여성 대상 탑라인은 2027년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Q. 국내 탈모 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나요?
A. 현재 국내에서는 탈모 치료제 대부분이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전액 본인 부담입니다. 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더 중증 질환 우선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직접 구매해보니 한 통당 비용 부담이 상당해서, 지속적으로 사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결론
탈모 시장이 당장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15억 명이라는 잠재 인구, 연 9.2%의 성장률, 그리고 베라도믹스처럼 의미 있는 임상 데이터를 내놓는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이 시장을 조금씩 눈여겨볼 이유로는 충분합니다.
저는 탈모인이라 이 시장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투자 관점에서도 한 종목에 몰빵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베라도믹스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앞으로 더 나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2027년 상반기 여성 3상 탑라인, 그리고 2026년 하반기 남성 3상 세부 후속 결과를 지켜보면서 시장 전체의 흐름을 파악해 가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접근입니다.